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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바람이 좋은 하늘-여린 파랑이 좋은 5월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초록인 풀들이 좋은 지갑도 손에 들지 않은 가벼움이 좋은 가끔씩 풍기는 소똥냄새가 좋은 작은 찻집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가 좋은 그런 날 나는 햇빛을 받으며 많이 걸었다 이미 들어선 길이라면 한번 끝까지 가봐야겠지 그러나 늦더라도 아니라면 빨리 걸음을 돌려 여기서 한발짝 더 디디면 그땐 돌아오는 길을 잃어 버리게 될테니까 우리가 이 모든 길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테지만 이렇게 나마 각자의 길을 찾아간다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슬프지는 않을테니 친구야 유독 너는 슬픔을 많이 느끼며 살고 있구나 너무 일찍 슬픔을 알았을 때 억울한 적도 있었지 그치만 그때 내가 느낀 슬픔 때문에 여간해선 울지 않게 되었으니 차라리 그때의 슬픔이 고맙다 네가 많이 아파하며 살고 있고 설령 앞으로도 앓는 날들이 많을지라도 그것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하지 말기를 네 팔자를 탓하지도 말기를 고스란히 슬픔을 이겨내고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랄뿐이다 기억나지? 그날 난 너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었지 우리가 했던 이야기들도 그러나 이제라도 걸음을 멈춰 그리고 돌아서 어서 뛰어가 너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면 난 그런 널 축복할꺼야 이천년 구월 이십사일 일요일 오후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