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이름 |
포켓몬 |
날짜 |
2000년 08월 09일 23시 27분 21초 |
|
| 홈페이지 |
|
조회수 |
252 |
|
| 제목 |
눈 깜빡임으로 남긴 사랑 이야기. |
|
장 도미니크 보비 (1952~1997)
“나는 단지 아주 나쁜 번호를 뽑았을 뿐 장애인이 아니다.”
손바닥 뒤집기처럼 인생에서 아주 짧은 순간에 극과 극을 달리는 일이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게다가 종횡무진 잘 나가고 있던 순간에 불행의 늪으로 빠진다면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1991년, 세계적인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이 된 장 도미니크 보비는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며,
두 아이의 자상한 아버지 그리고 누구보다 자유를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멋진 남자였다.
그러나 1995년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예기치 못했던 병마는 그의 모든 걸 바꿔 놓았다.
뇌와 신체를 잇는 신경망이 끊어져, 말할 수도, 먹을 수도, 혼자 힘으로 숨을 쉴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오로지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쪽 눈꺼풀이 전부였다.
캄캄한 병실에 혼자 누워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볼 때면 제아무리 의지 강한 보비도 어쩔 수 없었다.
어린 딸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이전에 활동했던 자신의 모습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들이 눈을 깜빡여 의사소통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본떠 책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슬픈 마음과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 해 보자!’ 프랑스어의 각 알파벳을 눈 깜빡거리는 횟수로 표시하기로 했다.
E나 S처럼 자주 사용하는 문자는 가능하면 눈을 적게 깜빡이도록 순서를 재배열했고, 마침표는 눈을 아예 감아 버리는 것으로 약속했다.
하루에 원고지 반 쪽, 한 문장을 만드는 데 꼬박 하룻밤을 새는 기나긴 작업이 이어졌다.
그는 대필자인 클로드 망디빌에게 20만 번 이상이나 눈을 깜빡거려야 했다.
그가 오로지 움직일 수 있는 왼쪽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가는 동안, 마음만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잊어버리고 훨훨 자유롭게 여행을 다녔다.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예전의 일터로,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그리하여 드디어 1년 3개월 만에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이 탄생했다.
이 책은 불과 열흘 만에 17만 부가 팔리는 프랑스 출판사상 유래 없는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1997년 3월 9일, 보비는 그를 가두고 있던 잠수복을 벗어 던지고 나비가 되어 하늘나라로 날아갔다.
그의 투병생활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방송됐고, 그의 ‘희망’과 ‘사랑’을 지켜본 사람들은 “아름답다”는 말을 했다.
장 도미니크 보비, 그 사람은 아름다운 나비였다.
<월간 좋은 생각 2000.7, 오늘의 만남>
|
|
|
|
|
 |
|
| |
|
|
